민사 법리 계약 방어 읽기 시간 120분

동시이행의 항변권: "돈 안 주면 물건 안 준다" 정당하게 권리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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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가이드

2026년 1월 8일 발행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과 법전의 모습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돈을 내는 것과 물건을 받는 것은 보통 그 자리에서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잔금을 치르는 것과 등기 서류를 받는 것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 상식이 법률로 명문화된 것이 바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입니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나만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켰다가 손해를 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인 셈입니다.

오늘 Law-Post 법률 가이드에서는 민법 제536조가 보장하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개념부터 성립 요건,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동산 및 임대차 분쟁에서의 활용법까지 상세히 안내해 드립니다.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에 직면했을 때, 당당하게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1.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란 무엇인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란 쌍무계약(당사자 쌍방이 서로 의무를 지는 계약)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이 채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신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능을 말합니다.

공평의 원칙(Equity Principle)

이 권리의 근거는 공평의 원칙에 있습니다. 너도 의무가 있고 나도 의무가 있는데, 너는 안 하면서 나한테만 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계약 관계의 신뢰를 유지하고 누구 한 명에게 일방적인 위험(Risk)이 전가되는 것을 막습니다.

연기적 항변권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계약 자체를 무효로 만들거나 영구적으로 거절하는 '영구적 항변권'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이행할 때까지만 일시적으로 이행을 늦출 수 있는 연기적 항변권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536조의 규정

민법 제536조 제1항은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2. 동시이행의 항변권 성립 요건 3가지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대가적 의미가 있는 '쌍무계약'일 것

두 채무가 서로 의존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매매 계약에서 물건 인도와 대금 지급은 전형적인 쌍무적 대가 관계입니다. 만약 증여와 같이 한쪽만 의무를 지는 편무계약에서는 이 항변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둘째,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을 것

원칙적으로 상대방도 나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할 시점이 도래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돈을 주기로 한 선이행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도금 지급 의무는 잔금 및 등기 서류 수령 전에 먼저 해야 하므로 항변권 행사가 안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셋째, 상대방이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았을 것

상대방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행을 하려고 하는데도 내가 거절한다면, 그것은 항변권 행사가 아니라 채무불이행(수령지체)이 됩니다. 상대방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만 나도 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이드 체크: 선이행의무자의 예외적 항변권

내가 먼저 돈을 주기로 약속했더라도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제2항). 이를 불안의 항변권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재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나중에 내가 받을 물건이나 권리를 도저히 못 받을 것이 명백해진 상황이라면, 먼저 주기로 한 돈이라도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계약서와 열쇠 이미지

3. 항변권 행사의 효과: 무엇이 달라지나?

정당하게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면 다음과 같은 강력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이행지체 책임의 면제

가장 중요한 효과입니다. 채무 이행기가 지났더라도 항변권이 있는 동안에는 지연이자나 위약금을 물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정당한 거절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연체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소송에서의 상환이행판결

상대방이 나를 상대로 "돈 내놔라"고 소송을 걸었을 때, 내가 항변권을 주장하면 판사는 "너는 돈 안 줘도 된다"고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물건을 넘겨줌과 동시에 돈을 지급하라는 상환이행판결을 내립니다. 즉, 일방적인 패소를 면하게 됩니다.

상계의 금지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상계(퉁치기)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항변권이 붙은 채권으로 일방적인 상계를 허용하면, 상대방의 정당한 항변권을 박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4.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의 동시이행

실생활에서 가장 큰 금액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에서 항변권은 핵심입니다.

잔금 지급과 등기 서류 인도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 등기 서류 인도 및 부동산 명도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매도인이 등기 서류 중 일부를 빠뜨렸다면, 매수인은 잔금 지급을 당당히 거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지연이자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가압류나 저당권이 있는 경우

매도인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깨끗한 소유권을 넘겨줄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집에 가압류가 걸려 있다면 이를 해제하고 등기를 말소해 주는 의무와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놓입니다. 가압류가 안 풀렸다면 잔금을 안 줘도 지체 책임이 없습니다.

실무 주의사항: 이행의 제공

상황 이행의 제공 방법 결과
매도인의 공격 등기 서류를 법무사에 맡기고 통보 매수인은 지체 책임 발생
매수인의 공격 잔금을 준비하여 공탁하거나 이체 준비 완료 통보 매도인은 지체 책임 발생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려 계약을 해제하거나 위약금을 청구하려면, 나는 나의 의무를 언제든 이행할 수 있는 상태(이행의 제공)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5. 임대차 종료와 보증금 반환 분쟁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항변권은 임차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보증금 반환 vs 집 비워주기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 및 전입신고 말소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 들어오면 돈 줄 테니 일단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점유와 부당이득의 문제

보증금을 못 받아서 집을 안 비워주는 것은 정당한 항변권 행사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다면, 보증금을 못 받은 것과는 별개로 거주한 기간만큼의 월세(차임 상당액)는 부당이득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판례가 많습니다. 짐만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경우라면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습니다.

전세권 설정 등기 말소

만약 전세권을 설정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과 전세권 말소 서류를 넘겨주는 것 역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6. 동시이행 관계가 부정되는 사례 (주의!)

모든 채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나 법률이 명확히 선후 관계를 정해둔 경우입니다.

채무 변제와 저당권 말소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는 것과 은행이 저당권을 말소해 주는 것은 동시이행이 아닙니다. 돈을 갚는 것이 선이행의무입니다. 즉, 돈을 먼저 다 갚아야 비로소 말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등기 말소

보증금을 못 받아 임차권등기를 해두고 이사를 간 경우, 나중에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등기부터 말소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임대인의 불법적인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제재적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7. 결론: 손해 보지 않는 계약 이행 전략

계약은 신뢰로 시작하지만, 이행은 냉정한 법리에 따라야 합니다. 상대방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데 나만 성실히 이행했다가는 돈도 잃고 물건도 잃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여러분의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입니다. Law-Post 법률 가이드는 여러분이 이러한 권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활용하여 불필요한 분쟁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만약 상대방의 불이행으로 인해 항변권 행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내용증명 가이드를 참고하여 정당한 사유를 문서화해 두는 것이 소송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당당한 거절이 때로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