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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와 선의의 제3자 보호: 민법 제110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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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가이드

2026년 1월 12일 발행

법률 문서와 안경

우리가 맺는 모든 계약은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교묘한 거짓말에 속거나, 위협적인 강압에 못 이겨 원치 않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우 법은 하자 있는 의사표시라 하여 피해자가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바로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입니다. 이 규정은 사기나 강박으로 인해 내심의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게 된(또는 형성 과정에 하자가 있는) 표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소권을 부여합니다. 오늘 법률 가이드는 사기·강박의 성립 요건부터, 제3자가 개입된 복잡한 권리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의의 제3자 보호 범위까지 낱낱이 분석해 드립니다.

1. 민법 제110조의 구성과 보호 취지

민법 제110조는 총 3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항은 보호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법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민법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1.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2.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3.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조문의 목적은 타인의 부당한 간섭으로 왜곡된 의사표시를 교정하는 데 있습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속아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겁이 나서' 원치 않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표의자의 의사결정 자유가 침해되었으므로 법은 이를 소급적으로 무효화할 기회를 줍니다.

2.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 요건

사기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정한 4가지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2단의 고의

표의자를 속여서 착오에 빠지게 하려는 고의(1단)와, 그 착오에 기해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2단)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과실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취소를 검토해야 할 뿐, 사기 취소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기망행위 (속임수)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입니다. 적극적인 거짓말뿐만 아니라, 법령이나 계약상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침묵(부작위)하여 상대방을 속이는 것도 기망행위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근처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설 예정임을 알고도 숨기고 매도한 경우 판례는 이를 기망으로 봅니다.

위법성

모든 상술이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는 식의 다소 과장된 광고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로 보아 사기가 아닙니다. 기망행위가 거래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비난받을 정도여야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인과관계

상대방의 속임수 때문에(因) 내가 착오에 빠져 계약을 한(果) 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이 인과관계는 표의자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합니다.

3.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 요건

강박은 타인에게 공포심을 일으켜서 의사표시를 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강박행위와 해악의 고지

상대방에게 장차 해를 끼치겠다고 알리는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계약 안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거나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등의 언동이 대표적입니다.

위법성 판단 기준

강박행위의 위법성은 목적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예: 고소)라 하더라도,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거나 수단이 부적당하다면 위법한 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강박의 정도가 극심하여 표의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의사표시는 취소가 아니라 아예 무효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악수하는 모습 뒤의 가려진 손

4. 제3자의 사기·강박과 상대방의 인식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예: 중개인, 직장 상사 등)가 사기를 치거나 협박을 한 경우는 어떨까요? 이때는 민법 제110조 제2항이 적용됩니다.

계약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이 제3자의 부당한 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악의 또는 과실)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라면 표의자는 억울하더라도 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오직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의할 점: 상대방의 대리인이 사기를 친 경우, 판례는 대리인을 제3자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취소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한 피용자(직원)는 제3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5. '선의의 제3자' 보호와 대항력의 문제

민법 제110조 제3항은 이 주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제3자 보호 원칙을 규정합니다.

보호받는 제3자의 범위

사기·강박으로 인한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제3자란 취소된 의사표시로 인해 생긴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취소 전에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 선의(Good Faith): 취소 사유가 있음을 모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 무과실 불요: 제3자가 모르는 데 과실이 있더라도 '선의'이기만 하면 보호받습니다.
  • 추정 원칙: 제3자의 선의는 추정되므로, 취소를 주장하는 사람이 제3자의 악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사기를 당해 땅을 팔았고, B가 이를 다시 C에게 팔았습니다. 이후 A가 사기를 깨닫고 B와의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C가 B의 사기 사실을 몰랐다면 A는 C로부터 땅을 되찾아올 수 없습니다. 이는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결단입니다.

6. 사기·강박 취소와 다른 제도와의 관계

실무적으로는 사기 취소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적 수단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과의 병존

사기에 의한 취소를 하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계약 목적물을 처분했거나 계약 유지가 더 유리할 때 활용합니다. 다만, 취소하여 부당이득을 반환받는 것과 손해배상을 받는 것 중 중첩되는 부분은 이중으로 받을 수 없습니다.

착오 취소와의 경합

사기에 의해 착오에 빠진 경우, 사기 취소 요건과 착오 취소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표의자는 유리한 쪽을 선택해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개 입증 책임 면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7. 실무 대응 전략 및 체크리스트

사기나 강박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다음의 절차를 꼼꼼히 밟아야 합니다.

  • 증거의 구체화: 기망행위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녹취록, 광고지 등을 수집하십시오. 침묵에 의한 기망이라면 상대방의 고지의무를 입증할 법령이나 관습을 찾아야 합니다.
  • 제척기간의 엄수: 안 날로부터 3년, 있은 날로부터 10년은 불변의 기간입니다. 고민하다 기간을 놓치면 법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막힙니다.
  • 내용증명 발송: 취소의 의사표시는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확정일자가 있는 내용증명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형사 고소 검토: 사기나 공갈은 형법상 범죄이기도 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 소송에서 기망이나 강박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 제3자 존재 확인: 이미 물건이 제3자에게 넘어갔는지 확인하십시오. 만약 제3자가 악의(알고 있음)라면 그를 피고로 포함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법률 관계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

사기와 강박은 상대방의 인격과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입니다. 법은 이를 묵과하지 않고 취소라는 강력한 무기를 표의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의 안전이라는 가치와 충돌할 때, 특히 '선의의 제3자'가 개입될 때 법률 관계는 매우 복잡해집니다.

자신이 맺은 계약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단순한 후회인지 아니면 민법 제110조가 정한 법적 하자인지를 냉철히 구분해야 합니다. Law-Post는 여러분이 복잡한 법률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정당한 의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