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건축주(도급인)와 시공사(수급인) 사이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과제는 '지금까지 한 공사의 가치가 얼마인가'를 정하는 기성고(旣成高) 확정 문제입니다. Law-Post는 공사 타절 이후 발생하는 기성고 산정의 법적 원칙, 증거 확보의 중요성, 그리고 법원 감정 절차에서의 핵심 쟁점을 8,000자 이상의 상세 분석을 통해 제공합니다. 본 가이드는 법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료나 서식의 직접 제공 및 대행은 수행하지 않음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기성고 확정의 법적 근거와 필요성
민법 제668조 이하의 도급 관련 규정에 따르면,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기 전이라도 계약이 해지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이미 수행된 공사 부분에 대한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기성고 대금이라고 합니다. 기성고 확정은 단순히 미지급금을 계산하는 것을 넘어, 유치권 행사 여부, 지체상금의 산정 기준, 그리고 후속 업체의 공사 재개 가능 시점을 결정짓는 건설 분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도 해지 시 기성고는 이미 투입된 비용(실비)이 아니라, 전체 약정 공사비 중 완성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산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시공사가 공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했든 방만하게 수행했든, 도급인이 얻은 실질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대금을 정산하겠다는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2. 법원이 정하는 기성고 산정의 원칙적 산식
대법원 판례(91다42630 등)는 공사 도중 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 대금을 산정해야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산식을 적용합니다. 이 산식은 분쟁 해결의 절대적인 기준이 됩니다.
기성고 대금 산출 공식
기성고 대금 = (총 약정 공사비) × [(기성 부분의 객관적 공사비) / (기성 부분 객관적 비용 + 미시공 부분 객관적 비용)]
여기서 '객관적 공사비'란 당사자 간의 약정 금액이 아니라, 시장 가격(표준 품셈 등)을 기준으로 한 실질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총 약정 공사비가 저가 수주 등으로 인해 객관적 총 공사비보다 낮다면, 기성고 대금 역시 비례하여 낮아지게 됩니다.
이 산식의 핵심은 미시공 부분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입니다. 수급인이 아무리 많은 돈을 현장에 쏟아부었어도,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 들어갈 비용이 크다면 기성률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사비 산출 내역서(B.O.Q)의 정밀함이 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3. 공사 중단 시 증거 확보: 현장 타절의 정석
분쟁이 발생하여 현장이 멈추면, 대개 도급인은 새로운 업체를 들여 공사를 끝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기성고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자살 행위와 같습니다. 기존 시공 부분 위에 새로운 공정이 덮여버리면, 나중에 감정인이 와도 어디까지가 전(前) 업체가 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현장에 나와 객관적인 공정률을 기록하게 함으로써, 추후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력을 가집니다. 만약 시간이 촉박하다면, 양 당사자 입회하에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현장 공정률 확인서를 작성하고 영상 및 사진 자료를 일자별로 상세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특히 상세 시공 부위별 근접 사진은 감정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 기성고 감정 과정에서의 주요 쟁점
법원 감정 단계에 들어가면 수급인과 도급인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입니다. 이때 주로 발생하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 시 유의해야 할 4가지 체크리스트
- 설계 변경의 반영: 최초 계약 시의 내역서에는 없으나 실제 시공된 추가 공사분이 기성고에 포함되었는가?
- 단가 적용의 적절성: 물가 변동에 따른 단가 상승분이 반영되었는가, 아니면 계약 당시 단가를 유지하는가?
- 하자 부분의 처리: 시공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기성고에서 공제할 것인가 아니면 별도의 하자보수비 청구로 다룰 것인가?
- 자재 현장 반입분: 아직 시공되지는 않았으나 현장에 반입되어 도급인의 소유가 된 자재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판례는 원칙적으로 시공이 완료된 부분만을 기성고로 보지만, 현장에 맞춤 제작된 창호나 특수 자재처럼 다른 곳에 쓸 수 없는 물품이 반입된 경우 예외적으로 기성고에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재 반입 대장 및 승인 서류는 필수적인 입증 자료가 됩니다.
5. 기성고 대금과 유치권 행사의 유효성
수급인이 기성 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 행사하는 유치권은 도급인에게 가장 큰 압박 수단입니다.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해당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합니다. 즉, 기성고가 객관적으로 확정되어야 비로소 정당한 유치권 행사가 가능해집니다.
만약 수급인이 부풀려진 기성고를 주장하며 점유를 계속한다면, 도급인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나 명도 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급인은 기성고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점유를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현장 관리인을 상주시키고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점유의 계속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6. 하도급 정산 분쟁: 원사업자의 책임 범위
원도급 계약이 해지되면 그 밑의 하도급 계약들 역시 연쇄적으로 중단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기성금을 지급받은 경우, 하수급인에게도 15일 이내에 해당 비율만큼의 대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지점은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준 기성률과 원사업자가 하수급인에게 인정하는 기성률이 다를 때 발생합니다. 하수급인은 원사업자가 발주자와 정산한 기성고 확정 조서를 열람할 권리가 있으며, 부당하게 과소 평가된 경우 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7. 선급금 및 중도금의 공제 방식
계약 해지 시 기성고 대금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이미 지급된 선급금(Down Payment)의 정산입니다. 선급금은 기성률에 비례하여 자동으로 소멸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선급금으로 30%를 받았는데 기성률이 40%라면, 수급인은 남은 10%의 대금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성률이 20%에 불과하다면, 수급인은 나머지 10%를 도급인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이때 선급금 보증보험 증권의 실행 여부가 쟁점이 되며, 도급인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보증사로부터 대금을 환수받을 수 있습니다.
8. 실무 대응 전략: 분쟁의 출구 전략
기성고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계약 해지 통보 전후의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첫째, 정교한 타절 합의서 작성입니다. 소송으로 가기 전, 상호 간에 합의된 공정률을 문서화하고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특약을 넣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둘째, 하자보수비용의 산정입니다. 기성고 대금에서 하자로 인한 감액분을 명확히 구분하여 정산해야 나중에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후속 공사와의 연결입니다. 새로운 시공사가 공사를 이어받을 때, 기존 기성 부분의 하자에 대해 면책 조항을 넣거나 상태 보고서를 작성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Law-Post는 건설 분쟁이 감정 싸움으로 번져 공사 현장이 흉물로 방치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기성고 확정은 복잡한 수학 문제와 같아서, 정확한 공식(법리)과 데이터(증거)가 주어지면 명쾌한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만이 거대한 매몰 비용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법률 가이드 제언
공사가 멈췄을 때 가장 큰 적은 시간입니다. 방치된 현장은 날로 노후화되고, 금융 이자는 쌓여만 갑니다. 기성고 확정이 지연될수록 양측 모두 손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분쟁 초기부터 전문 감정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법원의 증거보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태'를 고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공정은 법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정과 다름없음을 명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