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권리금은 단순한 돈의 문제를 넘어 임차인이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노하우, 신용의 결정체입니다.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지만, 모든 상가 임차인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공익적 목적이나 건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정 유형의 건물에 대해서는 권리금 보호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매장이 법이 정한 '제외 대상'에 해당한다면, 나중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 할 때 임대인의 방해 행위가 있더라도 법적 대응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오늘 법률 가이드는 상임법 제10조의5를 중심으로 권리금 보호 제외 대상 건물의 범위와 실무적 쟁점을 상세하고 전문적인 분석으로 전해드립니다.
1. 법적 근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상임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제10조의5(권리금 적용 제외)는 다음과 같은 경우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제10조의4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가건물 임대차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단, 전통시장은 제외)
2.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
이 규정의 핵심은 '공익성'과 '대규모 자본의 특수성'입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국가 소유의 건물은 일반적인 사유 상가와는 운영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입니다.
2.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의 범위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분쟁 유형입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란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의 집단으로서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준대규모점포는 흔히 'SSM'이라 불리는 대기업 계열의 직영 슈퍼마켓 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한 개별 상가(예: 백화점 내 푸드코트, 마트 내 안경점 등)는 원칙적으로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대규모점포는 브랜드 가치와 고객 유입의 상당 부분이 점포 관리 주체(백화점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요 체크포인트: 전통시장의 예외
과거에는 전통시장도 면적이 넓으면 대규모점포로 분류되어 권리금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세 상인이 밀집한 전통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전통시장은 대규모점포라 하더라도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되도록 바뀌었습니다.
3. 국유재산 및 공유재산 상가의 함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에 입점한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하철 역사 내 상가, 공공기관 청사 내 매점, 지자체 소유의 지하상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유재산법 및 공유재산법에 따른 상가는 사적 계약보다는 공적 관리가 우선됩니다. 국가 재산은 특정 개인의 영리 수단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나갈 때 다음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는 행위를 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국공유지 상가 임차인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아무런 보상 없이 원상복구 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종종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4. 실무상 유의해야 할 구체적 사례 분석
법문의 문구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기가 정말 대규모점포인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집니다.
사례 1: 대형 복합 상가 빌딩의 경우
단순히 건물이 크다고 해서 다 대규모점포는 아닙니다. 시청에 '대규모점포'로 정식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건물 전체 면적은 넓지만 개별 소유주가 다 다른 집합건물이고 대규모점포로 등록되지 않았다면, 그 안의 매장은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례 2: 재건축 및 철거 예정 건물
이 경우는 건물의 종류라기보다는 상임법 제10조 제1항의 예외 규정에 가깝습니다. 임대인이 "안전사고 우려"나 "법령에 따른 철거" 등을 이유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권리금 보호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단, 계약 시점에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을 고지했어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이 따릅니다.
5. 보호 제외 대상 임차인의 생존 전략
만약 내 매장이 보호 제외 대상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률 가이드가 제안하는 현실적인 대처법입니다.
전략 1: 계약서 특약 활용
법이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사적 계약'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임대인과 합의하여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 시 일정 금액을 보상한다"는 특약을 넣는 것은 유효합니다. 물론 우월적 지위의 임대인이 이를 수락할 확률은 낮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습니다.
전략 2: 계약갱신요구권의 최대한 활용
권리금 보호는 못 받더라도 10년간의 계약갱신요구권은 대규모점포 임차인에게도 적용됩니다.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만큼 장기간 영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 3: 유무형 자산의 분리 정산
상가 건물 자체의 이점(장소적 이익)에 대한 권리금은 포기하더라도, 매장 내 시설물이나 비품 등을 다음 임차인에게 적정 가격에 넘기는 행위는 임대인이 부당하게 막기 어렵습니다. 시설비 정산의 형태로 우회적인 회수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6. 법률 가이드의 조언: 입점 전 확인이 필수
상가 입점 전 단순히 유동인구와 상권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건물의 법적 지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지자체 유통 관련 부서에 대규모점포 등록 여부를 문의하는 수고로움이 수억 원의 권리금을 지키는 방패가 됩니다.
권리금 분쟁은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하며, 대법원 판례 또한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습니다. 본 가이드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분쟁 상황에서는 반드시 상가임대차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임차인의 권리는 아는 만큼 지킬 수 있습니다. Law-Post는 여러분의 정당한 영업권과 소중한 권리금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항상 곁에서 든든한 법률 지침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오늘 살펴본 예외 규정들을 꼼꼼히 체크하시어 현명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