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갑자기 중단되었습니다. 시공사는 이미 공사비를 초과해서 받아갔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은 뼈대만 올라가 있습니다." 또는 "건축주가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동안 투입한 인건비와 자재비만 해도 수억 원인데, 기성고를 낮게 평가하여 대금을 주지 않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은 건축주와 시공사 모두에게 재앙과 같습니다. 특히 공사가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중에 중단되었을 때, 지금까지 수행된 공사만큼의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는 기성고 산정은 복잡한 법적, 기술적 분쟁의 중심이 됩니다. 단순히 영수증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오늘 법률 가이드는 수많은 건설 소송 중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다는 '중단된 공사의 기성고 산정'에 대해 다룹니다. 대법원의 확립된 기준부터 법원 감정 절차에서의 대응법, 그리고 소송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Law-Post는 전문적인 법률 가이드를 제공할 뿐 자료나 서식을 직접 제공하지 않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기성고 산정의 법적 정의와 대법원 원칙
공사 도급계약에서 기성고란 '이미 완성된 부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공사가 중단되었을 때, 이 기성고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쓴 돈"이 곧 기성고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성비율 방식의 엄격한 적용
우리 법원, 특히 대법원 판례는 기성고를 산정할 때 시공사가 실제로 지출한 비용(투입비)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투입비로 계산하게 되면 시공사가 공사를 비효율적으로 진행하여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했을 때 건축주가 그 손해를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성비율 방식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기성고 = (총 공약 대금) × (기성비율) 여기서 기성비율은 [기성 부분의 실제 공사비 / (기성 부분 실제 공사비 + 미시공 부분 예상 공사비)]로 계산됩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계약 당시 약정했던 총 공사비의 틀 안에서 상대적인 완성도를 측정하는 데 있습니다. 즉, 시공사가 손해를 보고 공사를 했든, 이익을 보고 공사를 했든 그 약정된 단가의 비율을 따지는 것입니다.
2. 기성고 분쟁의 주요 유형과 갈등의 발단
공사 중단에 따른 분쟁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건축주(도급인)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받아간 기성금이 실제 공사된 부분보다 많으므로 초과분을 반환하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고려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공사(수급인)는 공사한 만큼 대금을 받지 못했으니 미지급 공사대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분쟁의 불씨: 과다 기성금 지급
실무에서는 공사 초기 단계에서 시공사의 자금 융통을 위해 실제 공정보다 앞서서 기성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과다 기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공사가 중간에 멈추면 이 앞서 지급된 돈이 독이 됩니다. 건축주는 다음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데, 이미 돈은 전 시공사에게 많이 지급되어 자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기성고를 엄격하게 산정해야 하는 법적 필요성이 극대화됩니다.
또한, 설계 변경이 빈번하게 일어난 현장일수록 분쟁은 심화됩니다. 원래 계약에는 없던 공사가 추가되었는데 이에 대한 서면 합의가 없다면, 시공사는 이를 기성고에 포함하려 하고 건축주는 이를 부인하면서 감정 결과에 따라 수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3. 법원 감정 절차의 실제와 대응 전략
기성고 산정은 법률적 지식뿐만 아니라 고도의 건축 기술적 지식이 요구되므로, 판사는 직접 판단하지 않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정한 감정 규정에 따라 법원 감정인을 지정합니다. 이 감정인의 리포트가 판결의 90% 이상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정 신청 시 주의사항
감정 신청을 할 때는 단순히 '기성고를 산정해달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 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특히 공사가 중단된 시점의 공정표, 기성 청구 내역서,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상세히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시공사가 현장을 무단 점유하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명령이나 현장 조사를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감정인은 현장을 방문하여 각 공정별 완성도를 체크합니다. 이때 양측 대리인은 반드시 입회하여, 감정인이 간과할 수 있는 매몰 부분(땅속에 묻힌 배관 등)이나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공사 내역을 설명해야 합니다. 매몰 부분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일한 증거이므로, 공사 중 상시적인 기록 관리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4. 공사 재개 전 필수 단계: '증거보전신청'
공사가 중단된 후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전 시공사의 흔적을 지우고 바로 다음 공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어 감정인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시공사가 공사를 완료했다면 전 시공사의 기성고를 물리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이 경우 건축주는 입증 부족으로 기지급한 공사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시공사는 공사하고도 돈을 못 받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 신속한 증거보전: 소송 본안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법원 감정인을 미리 불러 현 상태를 고정시켜야 합니다.
- 타절 기성 검사: 새로운 시공사와 계약하기 전, 공신력 있는 제3의 전문 기관이나 감리자를 통해 '타절 시점 기성 검사 보고서'를 작성해 두는 것도 보완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현장 보존의 원칙: 가능하면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사 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5. 시공사의 강력한 무기: 유치권 행사와 주의점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 중단 시 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유치권 행사입니다. 건물 입구에 현수막을 걸고 점유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치권은 기성고 산정과 밀접하게 연동됩니다.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견련성'과 '점유'가 필요합니다. 즉, 그 건물 때문에 발생한 채권(공사대금)이어야 하며 실제로 현장을 지배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기성고 산정 결과 건축주가 시공사에게 줄 돈이 없거나 오히려 돌려받아야 할 상황이라면(과다 기성), 시공사의 유치권은 근거를 잃게 됩니다. 이 경우 건축주는 시공사를 상대로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이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을 통해 현장을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6. 계약서 작성이 분쟁의 80%를 예방한다
결국 기성고 분쟁의 뿌리는 부실한 계약서에 있습니다. 많은 중소 현장에서 표준계약서 한 장으로 공사를 시작하는데, 기성고 관련 조항을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의 소송 비용 수천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분쟁 예방을 위한 특약 사항 추천
1. 기성금 지급은 매달 감리자의 승인을 얻은 '기성 검사 보고서'에 근거한다.
2. 계약 중단 시 기성고 평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기성비율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3. 설계 변경 시 반드시 7일 이내 서면으로 합의하며, 서면 없는 추가 공사는 기성고에 산입하지 않는다.
4. 공사 중단 시 14일 이내 양측 합의 하에 사설 감정을 실시하고, 비용은 절반씩 부담한다.
이러한 조항들은 분쟁 발생 시 법원이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특히 추가 공사대금에 대한 분쟁은 기성고 산정 시 감정인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기록이 없는 추가 공사는 기성고 산정에서 제외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시공사는 명심해야 합니다.
당신의 권리를 증명하는 것은 오직 기록뿐입니다
건설 소송은 '기록의 전쟁'입니다. 공사가 중단된 긴박한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지금까지의 모든 서류를 정리하고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박제해 두어야 합니다. 건축주라면 공사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꼼꼼히 따지고, 시공사라면 정당한 땀의 대가를 기성비율이라는 법의 논리로 증명해내야 합니다.
오늘 살펴본 기성고 산정의 법적 기준과 감정 절차는 분쟁 해결의 시작일 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유치권, 지체상금, 하자보수비 상계 등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따라서 분쟁 초기부터 건설 전문 지식을 갖춘 조력자의 가이드를 받는 것이 소송 기간을 단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Law-Post는 공사 중단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계신 모든 분들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법적 효력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관련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어 최선의 전략을 구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