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가 제 허락도 없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할부로 개통했습니다. 환불이 가능할까요?" "고등학생 아들이 중고거래로 수백만 원어치 한정판 운동화를 샀는데, 부모로서 취소할 수 있나요?"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자의 경제활동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이와 관련한 미성년자 단독 계약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은 판단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판매자의 "단순 변심 환불 불가"나 "이미 개봉해서 취소 안 됨"이라는 말에 속아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법률 가이드는 미성년자 계약 취소의 법적 근거부터 실전 대응법까지 8,000자 분량의 압도적인 디테일로 파헤쳐 드립니다.
1. 민법 제5조: 미성년자 능력의 대원칙
우리 민법 제5조 제1항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률행위란 매매, 임대차, 근로계약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든 형태의 '계약'을 의미합니다.
동의 없는 계약의 운명: '취소할 수 있는 행위'
만약 미성년자가 부모(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즉, 부모가 "이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순간,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소급적 무효)이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취소권이 미성년자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님(법정대리인)에게도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설령 미성년자가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고 물건을 받아왔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추인(사후 승인)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취소의 칼자루를 쥘 수 있습니다.
2. 부모 동의가 없어도 '취소할 수 없는' 예외 상황
모든 미성년자 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의 안전을 위해 민법은 다음과 같은 경우 취소권을 제한합니다. 이 부분을 정확히 알아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민법이 정한 취소 불가능 예외 5가지
1. 처분이 허락된 재산(용돈): 부모가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 내에서의 행위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예: 5만 원 용돈으로 산 학용품)
2.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 미성년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여나 채무 면제 등은 단독으로 가능합니다.
3. 허락받은 특정한 영업에 관한 행위: 부모로부터 특정 영업(예: 편의점 운영)을 허락받았다면 그 영업 범위 내의 계약은 성인과 동일한 능력을 가집니다.
4. 속임수를 쓴 경우(민법 제17조): 미성년자가 성인인 것처럼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부모의 동의서를 가짜로 만들어 상대방을 믿게 한 경우 취소권이 박탈됩니다.
5. 성년이 된 후의 추인: 미성년자일 때 계약했더라도 만 19세가 된 후 "그 계약 유지하겠다"고 하거나 이자를 내는 등 추인으로 볼 만한 행동을 하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3. 실전 사례 분석: 중고거래와 온라인 게임 결제
최근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A: 미성년자의 고가 중고 물품 구매
고등학생 A군이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로 모은 돈과 세뱃돈 200만 원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부모님은 이를 알고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판매자는 "개인 간 거래고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며 거부합니다.
법률 가이드 분석: 이 경우 금액이 200만 원이라는 점에서 '용돈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판매자가 미성년자임을 알았든 몰랐든(선의/악의 불문) 부모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개인 간 거래라 하더라도 민법 제5조가 우선 적용되므로, 판매자는 물건을 돌려받고 대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사례 B: 모바일 게임 내 수백만 원 결제
초등학생 B양이 엄마의 휴대폰으로 몰래 게임 아이템 300만 원어치를 결제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등 플랫폼사는 "이미 아이템을 소모했다"며 환불을 거절합니다.
법률 가이드 분석: 타인의 명의(엄마 휴대폰)를 도용한 경우라면 '명의 도용' 이슈가 되지만, 미성년자 본인의 계정으로 결제했다면 법정대리인 동의 없는 결제임을 이유로 취소가 가능합니다. 다만, 최근 판례는 결제 과정에서의 인증 절차(비밀번호 공유 등)를 부모가 소홀히 했다면 부모의 책임도 일부 인정하여 전액 환불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미성년자 결제는 취소 대상입니다.
4. 취소 시 반환 범위: '현존이익'의 법리
계약이 취소되면 서로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합니다. 여기서 성인과 미성년자의 책임 범위가 다릅니다. 이를 부당이득 반환의 특칙이라고 합니다.
- 판매자(성인): 받은 돈 전액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자까지 붙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미성년자: 받은 이익이 현재 남아있는 한도(현존이익) 내에서만 돌려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100만 원짜리 노트북을 사서 쓰다가 고장을 냈더라도, 취소 시점의 고장 난 상태 그대로 노트북만 돌려주면 됩니다. 나머지 차액 100만 원을 미성년자가 변상할 의무는 없습니다. 돈을 유흥비로 다 써버렸다면 돌려줄 돈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단, 생활비로 썼다면 현존이익으로 보아 갚아야 합니다). 이는 판매자에게 가혹해 보일 수 있으나, 미성년자와 거래할 때는 반드시 부모 동의를 확인하라는 법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입니다.
5. 계약 취소를 위한 행정적/법적 대응 절차
상대방이 순순히 취소해주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별 대응이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환불을 위한 4단계 프로세스
1단계 - 내용증명 발송: "본인은 미성년자 ○○○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민법 제5조에 의거하여 ○월 ○일 체결된 계약을 취소함을 통지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아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십시오.
2단계 - 소비자원/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접수: 기업을 상대로 한 경우 한국소비자원(1372)이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십시오. 법적 취소권이 명확할 경우 이 단계에서 대부분 해결됩니다.
3단계 -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금액이 크고 상대가 완강하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액심판제도를 이용하면 변호사 없이도 비교적 저렴하게 진행 가능합니다.
4단계 - 금융감독원 민원: 신용카드 결제나 할부 거래라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카드사를 상대로 결제 취소 및 할부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6. 판매자의 방어권: 확답을 촉구할 권리
미성년자 측에서 언제 취소할지 몰라 불안한 판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있습니다. 이를 상대방의 최고권(민법 제15조)이라고 합니다.
판매자는 부모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이 계약을 취소할 건지, 승인할 건지 확답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기간 내에 부모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법은 부모가 그 계약을 추인(승인)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취소하지 못하게 못 박아버립니다. 따라서 판매자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면 즉시 취소 의사를 밝혀야 권리를 잃지 않습니다.
7. 결론: 올바른 경제 교육이 최선의 방어
법은 미성년자를 보호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행위까지 무한정 보호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SNS를 통한 중고거래 사기나 대리 결제 등 미성년자가 연루된 복잡한 사건이 많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자녀의 경제활동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부모와 상의해야 함을 교육하고 자신의 명의나 카드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면, 상대방의 위협적인 말에 겁먹지 마시고 법이 부여한 정당한 취소권을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Law-Post는 복잡한 법률 용어 뒤에 숨겨진 여러분의 권리를 찾아드리는 가이드입니다. 본 포스팅이 미성년자 자녀의 계약 문제로 고통받는 많은 가정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관련하여 더 자세한 가이드가 필요하시다면 본 블로그의 민사법률 카테고리를 참고해 주십시오.